미국 동부의 대형 건축설계회사 팀하스의 대표인 하형록회장의 이야기를 신문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웃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경영철학으로 20년 만에 미국 동부 최고의 건축설계회사로 성장한 팀하스입니다. 이분이 원래 사업가가 아니라 건축학을 전공하고 설계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이분이 32세에 심실빈맥증으로 고속도로 상에서 의식을 잃게 된 사건이 삶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심실빈맥증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다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질병입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심장 이식이 아니면 살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그에게 꼭 맞는 심장이 나타났습니다. 의사가 그 기쁜 소식을 전달하면서 덧붙였던 말 때문에 그는 심장을 포기하고 옆방의 여자에게 양보했습니다. 의사가 맞는 심장이 나타났다고 축하하면서 안해도 될 말을 한 겁니다: "옆방에 있는 여자는 이틀이면 죽어요. 그녀가 기다리는 심장이 당신 것과 똑같아요." 이 말을 듣고 이분이 크게 놀라고 당황해하자 의사는 "이 심장은 당신 거예요. 당신 차례가 맞아요. 우리가 안 뺏어가요. 당장 수술하십다!"라고 수습하고서 얼른 병실을 나섰습니다. 의사가 말을 던지고 병실 문을 나가는 사이, 대략 3초간 생각하고서 그는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그 여자가 확실히 죽나요? 나는 며칠을 더 살 수 있나요?" 의사는 여자는 곧 죽고 그는 일주일이나 길면 3주 정도를 더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의사에게 미련 없이 "이 심장을 그 여자에게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분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심장을 기다리며 5개월 동안 한 기도가 하나님이 자신을 살려주시면 자신의 남은 생을 이웃을 위해 살 거라는 거였습니다. 심장을 양보하고서 정확히 일주일 뒤 그는 호흡곤란으로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한 달쯤 되었을 때, 기적적으로 그에게 맞는 또 하나의 심장이 나타났습니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그는 건강한 몸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몸은 건강해졌는데 2년여의 투병생활로 인해서 돈이 다 떨어졌습니다.
가족 생활비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약값을 감당할 수도 없었습니다. 한 달 약값만 무려 170만원 정도가 들었는데 돈이 없어서 다른 심장병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약을 구걸해서 먹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린다와 데이비드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약을 사서 먹으라며, 직장에서 받은 보너스라고 하면서 2만 달러의 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그 돈은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과 부잣집에서 청소부 일을 하는 아내가 한푼 두푼 모아둔 전 재산이었습니다. 그 돈을 단지 이웃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준 겁니다. 더 놀라운 건 그 부부는 나중에 돈을 갚으러 찾아갔을 때도 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돈을 갚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We want to be a part of your suffering", "우리는 당신의 고통에 동참하고 싶어요." 그래서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후 하형록은 자신의 차고에다 컴퓨터 한 대만 갖다놓고 건축설계회사를 차렸습니다. 그리고 몇 달만에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신용카드 회사의 신축 사옥 공사 감리를 의뢰받았습니다. 그는 그 회사 부회장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웃을 돕기 위해 세운 회사지만, 사실 나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심장 이식 환자"임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큰 회사가 생긴지 얼마 안되는 직원도 없는 하형록의 회사에 건물을 맡겼습니다. 그 회사가 왜 그랬는지 본인도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회사의 부사장이 당시 암으로 2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여서 하형록의 말을 가슴에 새겼나봅니다. 그래서 그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하형록의 회사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부고 소식과 함께 전해진 그 부사장의 유언은 자신이 죽은 후에도 하형록이 성공하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자 이후에 많은 회사의 주차 빌딩 설계 의뢰가 쇄도했습니다. 몇 해 전 하형록의 회사 팀하스는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미국 100대 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국립건축과학원의 종신 이사로 임명했습니다.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들을 연이어 경험하면서 그가 몸으로 체득한 축복의 원리를 'favor'로 설명합니다. 우리 말로 '호의'라고 번역할 수 있는 단어인데요.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한 이웃사랑이 ‘페이버'의 핵심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면 하나님께서 그 희생을 기억하고 축복을 부어준다는 것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희생이 없으면 착한 일에 불과해요. 그냥 착한 일은 보통 사람이 다 하는 거예요. 희생이 있어야 감동을 줘요. 착한 일은 눈물이 안 나요. 희생해야 눈물이 나는 거예요.” 기자가 어떻게 그 짧은 3초 만에 하나님의 뜻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냐고 묻자 하 회장은 “아주 간단합니다. 제가 희생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가 이식을 받은 심장은 알코올 중독자의 심장이었습니다. 이식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심장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받아 6년을 살았습니다. 6년 후 다시 발작을 일으켰을 때 다행히 십 대 소년의 튼튼한 심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의사가 두 번의 이식 기회를 다 썼기 때문에 앞으로 또 문제가 생기면 끝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심장에 연결된 혈관 두 개가 막혔습니다. 마땅히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때 의외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 사이에 의료법이 바뀌어서 첫 번째 심장이 알코올 중독자의 것이라 부적격으로 카운트에서 제외되었고, 결과적으로 한 개의 심장이 더 남았다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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