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냉정함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한 해를 떠나보낼 때가 그렇습니다. 세월을 보낼 때는 냉정하게 떠나보내야 합니다. 아무리 애원하고 붙들려고 한들 떠나갈 세월이 멈춰주지 않습니다. 아쉬움과 미련도, 즐거움과 행복도, 반대로 후련함과 안심도, 슬픔과 고통도 도도히 흐르는 세월의 강물에 기꺼이 떠나보내야 합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푸념을 가끔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대한 가벼운 탄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20대 때엔 가끔 제게 ‘내가 너 때였으면...’, 자녀에게 교육적 차원으로 경계하려는 의도보다 짙은 아쉬움의 토로였습니다. 꿈이 많았던 아버지였던 것입니다.
기억이 반면교사가 되었습니다. 인간관계의 서운함도, 세월의 아쉬움도, 마음에 간직하지 말자고 다짐하곤 합니다. 언제부턴가 ‘서운해하지 말자!’나 ‘아쉬워하지 말자!’가 인생의 작은 모토가 되었습니다. 2020년을 떠나보내면서는 더더욱 아쉬울 것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2021년 상반기에는 꺾였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때가 차매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던 메시야를 이땅에 보내셨듯이 때가 차면 이 코로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취를 감추게 될 때가 올 것을 기대합니다.
바둑을 두고서 복기하듯이 한 해를 떠나보내기 앞서 되돌아보는 과정은 꼭 필요합니다. 냉정하게 세월을 떠나보낸다 하여 새로운 연인을 향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존의 연인을 박차고 돌아서면 안되겠죠. 어쨌든 2020년 역시 자신과 함께 춤추듯 함께 했던 시간들이니까요.
오늘 주일에 다시 온라인 예배로 전환되었는데요, 올해 이러기가 몇 번째입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가 전무후무한 온라인 예배를 탄생시켰습니다. 새로운 교회가 출현한 게 아닌가, 새로운 예배가 다가온 게 아닌가, 라고 많은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염병으로 모일 수 없어서 온라인 예배를 찾게 된 것이고, 마침 온라인 예배가 가능케 되었던 기술의 성장이 있었을 뿐입니다. 2021년에도 당분간은 이러한 사태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우리는 교회 사역과 예배를 위해서 발달된 정보기술문명을 활용하면 그만입니다. 염병이 안정화되고 잦아들면 우리는 다시 어김없이 모임을 갖고 예배를 드리게 될 것입니다.
모였다는 이유로 코로나 확진자가 교회 내에서 발생했는데도 ‘예배 사수’, ‘교회 탄압’을 목소리 높이는 얼 나간 목회자가 여전히 있지만 연말연시 특별방역기간으로서 전 국민이 이 어려움을 단기간에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데, 그리고 이 일이 모두가 함께 할 때 효과가 있을 것인데,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교회가 모이지 않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는 당위성이 확인됩니다.
코로나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손해만 있었던 게 아님을 주목합니다. 예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고 성도의 교제와 모임으로서 교회의 본질에 천착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불가피하게 기존의 방식이 아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하던 대로’의 안일함을 벗어나려는 몸풀기를 착수하였던 것입니다. 2020년은 당황과 충격 속에서 암중모색의 시간이었다면 2021년은 나름 차분하게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20년은 쿨하게 작별하고 오는 2021년을 기꺼이 두팔 벌려 맞이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한해동안 사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