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10일 성례주일 설교 (주일 낮)
어린양의 혼인 잔치 (계 19:1-10)
성찬식은 성만찬 혹은 주의 만찬으로도 불립니다. 영어권에서는 보통 ‘주의 만찬’(Lord’s supper)이라고 불립니다. ‘주님이 베풀어주셔서 주님과 함께 하는 식사’라는 의미입니다. 이땅에서 공생애 기간 동안 예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과 식탁을 함께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식탁의 자리로 초대하셨는데 그중에는 주로 죄인과 세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비난과 비판을 자주 받았습니다. 특히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죄인들과 함께 하는 예수님의 식사에 대해서 예수님을 비난했습니다. 이는 복음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바리새인의 서기관들이 예수께서 죄인 및 세리들과 함께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세리 및 죄인들과 함께 먹는가”(막 2:16) 예수님께서 일부러 죄인들의 집에 찾아가서 식탁을 함께 하기도 했고 또 예수님께서 친히 죄인들을 초대하셔서 식사를 함께 나누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식탁의 특징이었고 ‘주의 만찬’이었습니다.
예수님의 핵심 사역 중의 하나는 함께 식사하기였습니다. 죄인들을 초청하여서 환대하시고 함께 식탁의 교제를 나누심이 중요한 사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신학자는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에 함께한 공동체를 일컬어 ‘밥상 공동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올해 표어가 ‘예수님의 하나님나라 운동을 계승하는 동산교회’라고 했는데 여러 주된 사역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초대되지 못하는 연약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을 초청하고 환대하면서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식탁의 교제를 나누는 것도 주된 사역이 되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밥상 공동체’로 의도하셨던 것은 하나님나라의 임함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나라를 예시하신 것입니다. 하나님나라가 이와 같다고 실제로 보여준 것입니다. 손가락질 받던 죄인들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은혜의 왕국을 건설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공로를 힘입어 예수님 주위로 몰려든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예외없이 받아들여주시는 아버지의 사랑과 은혜를 증거하는 것입니다.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은 하나님나라를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을 위해 친히 마련한 성대한 식사로 묘사합니다. 하나님나라는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과 교제를 나누기 위해 그들에게 다가가심으로써 오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은 풍성한 식사를 제공해주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나님나라를 성대한 혼인 잔치로 묘사합니다. 하나님나라를 혼인 잔치로 비유한 내용이 마태복음에 나옵니다. 마태복음 22장 2절에 “천국은 마치 자기 아들을 위하여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과 같으니”라고 말합니다. 하나님나라 곧 천국이 혼인 잔치와 같다는 것입니다. 왕은 아들의 혼인 잔치에 손님들을 초대합니다. 왕은 손님들을 위해 성대한 연회가 준비되었음을 분명히 알리면서 초대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초대에 응하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혼인 잔치에 오지 않고 어떤 사람은 밭으로, 또 어떤 사람은 사업장으로 가고 또 어떤 사람은 초대장을 배포하는 왕의 종을 오히려 모욕하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초대하려고 했던 사람들을 포기하고 길에 나가 만나는 대로 아무나 데려오게 합니다. 그래서 혼인 잔치에 손님들로 가득하게 됩니다. 연회장에 손님들로 가득차서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임금은 연회장을 둘러보다가 제대로 된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에게 말합니다. “임금이 손님들을 보러 들어올새 거기서 예복을 입지 않은 한 사람을 보고 이르되 친구여 어찌하여 예복을 입지 않고 여기 들어왔느냐 하니 그가 아무 말도 못하거늘 임금이 사환들에게 말하되 그 손발을 묶어 바깥 어두운 데에 내던지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게 되리라 하니라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으니라”(마 22:11-14) 초대에 응해서 단순히 혼인 잔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초대 받은 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예수 그리스도로 옷입어야 함을 강조하는 비유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나라를 혼인 잔치로 비유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죄인들에게 예수님 안에서 주시는 구원의 복과 은혜가 얼마나 풍성한지를 알려주시기 위함입니다. 풍성한 식탁은 하나님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주시는 영적인 복과 은혜를 보여줍니다. 구원과 생명, 기쁨과 평화의 풍성함을 잔치 비유로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주의 만찬’은 궁극적으로는 주님과 함께함, 우리의 가장 큰 복이 주님을 뵙고 하나님을 보는 것이고 하나님과 함께 나누는 교제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주님은 약속해주셨습니다. 예수님이 이땅에 다시 오실 때 더 큰 잔치, 더 큰 풍성한 식탁이 배설될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오늘 요한계시록 본문에 나오는 소위 ‘어린양의 혼인 잔치’입니다.
왜 예수님을 어린양으로 부릅니까? 예수님을 어린양이라고 증거한 사람이 누굽니까? 세례요한이죠. 요한복음 1장 29절에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이르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라고 세례요한이 예수님을 증거했습니다. 세상 죄를 없이하고자 죄를 짊어지신 어린양이라고 말하므로 예수님의 사역이 죄를 없애기 위한 것임을 증거한 것입니다.
어린양은 구약성경에서 유월절에 먹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유월절은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이집트(애굽)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하고 구원해주신 해방절입니다. 출애굽 전날에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어린양을 죽여서 그 피를 좌우 문설주와 인방에 바르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러면 그 피를 보고 애굽 땅을 치고 장자를 칠 때 그 집을 넘어가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넘어간다는 의미에서 유월절이 된 겁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어린양을 먹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유월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서 어린양을 불에 구워 먹습니다. 유월절 저녁식사의 단골 메뉴가 어린양 고기입니다. 유월절 만찬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찬식을 제정하신 것은 유대 명절 유월절 만찬이었습니다. 십자가에 죽기 전날 밤이었습니다. 이때가 유월절이었습니다. 유월절 만찬을 육신의 가족이 아니라 영의 가족인 제자들과 함께 나누셨고, 이때 성찬식을 제정하신 것입니다. 이때의 주의 만찬은 유월절 만찬이었고 이땅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나눈 최후의 만찬이었습니다. 유월절 만찬에 꼭 있어야 할 것이 바로 어린양 고기였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기 전날 밤에 함께 한 유월절 만찬에는 어린양 고기가 없었습니다. 왜 없습니까?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하나님의 어린양이시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유월절 마다 유대인들이 출애굽 해방을 기념하면서 먹었던 어린양 고기는 진정한 유월절 양, 하나님의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유월절 어린양으로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입니다. 거기서 흘린 피로 하나님의 백성들을 구원해주신 것입니다. 누구라도 예수님을 믿는 자는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벧전 1:19) 구원을 받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유월절 만찬 중에 성찬식을 제정하십니다. 떡을 떼어주면서 “이것이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시고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이것이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바 바로 언약의 피다”라고 말씀하시므로 성찬식을 제정하셨습니다. 성찬식을 제정하면서 하셨던 말씀 중에 이해하기가 어려운 말씀이 있는데요, 마가복음 14장 25절입니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하나님나라에서 새것으로 마시는 날까지 다시 마시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미래에 정해진 때가 오기 전까지는 의도적으로 포도주를 마시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날은 하나님나라가 완성될 때요 이땅에 다시 오셔서 세상을 심판하시고, 자신의 백성에게 하나님나라를 유업으로 상속받게 할 날입니다. 그때가 돼서야 예수님은 포도의 열매를 다시 마실 것입니다.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이 말씀은 성대한 메시야의 연회에 관한 언급이요 오늘 요한계시록 본문에 나오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언급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성찬식을 제정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자신이 다시 오셔서 더 풍성한 잔치로 영적으로 배불리 먹게 해줄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소망 가운데 바라보도록 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요한계시록 19장 6절을 보십시오. “또 내가 들으니 허다한 무리의 음성과도 같고 많은 물소리와도 같고 큰 우렛소리와도 같은 소리로 이르되 할렐루야 주 우리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가 통치하시도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통치하시면 달라도 한참 달라지겠죠. 하나님나라의 완성입니다. 온전한 통치의 수립입니다. 7절입니다. “우리가 즐거워하고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영광을 돌리세 어린양의 혼인 기약이 이르렀고 그의 아내가 자신을 준비하였으므로” 어린양의 혼인 잔치의 주인공은 어린양과 그의 아내가 될 것입니다.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의 아내는 바로 교회입니다. 우리들입니다. 신부로서 준비된 영광스런 교회입니다. 우리의 준비는 우리가 입게 된 예복입니다. 8절을 보십시오. “그에게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입도록 허락하셨으니 이 세마포 옷은 성도들의 옳은 행실이로다 하더라” 하나님이 예복을 친히 입혀주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주시는 것입니다. 주어진 옷을 입고서 그 은혜 아래서 은혜에 대한 반응으로 성령님과 동행하면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참여할 때 입어야 할 예복입니다. 9절입니다. “천사가 내게 말하기를 기록하라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은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고 또 내게 말하되 이것은 하나님의 참되신 말씀이라 하기로” ‘청함을 받은 자들’만이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적인 부르심이죠. 그래서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은 자들은 복이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거행하는 성찬식은 이런 점에서 소망을 다시 되새기고 소망 가운데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결단하는 예식입니다. 어떠한 소망입니까? 예수님이 이땅에 다시 오셔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실 더 풍성한 축복과 영광스러움과 기쁨의 교제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성찬의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을 돌아볼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아니하는 예수님과 함께 하는 식사로서 성찬식을 통해 예수님이 이땅에 다시 오실 때 예수님을 친히 뵙고 예수님과 함께 하는 풍성한 식탁과 교제를 소망하면서 이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며 주님을 향한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망이 오늘 성찬에 참여하는 여러분의 심령에 불일 듯 일어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신랑 되신 예수님의 신부로서 친밀한 교제를 나눌 이러한 소망을 가지고서 신부로서 합당한 예복을 갖추기 위해서 이땅에서 성령님과 동행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예비해주신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 곧 그리스도로 옷입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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