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평생 자신의 문제를 안고 앓다가 세상을 떠납니다. 우리 인생에서 문제가 없던 시간을 계수하려면 셀 수 있을 정도로 문제 없을 때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인생이란 문제 뒤치다꺼리 하다가 삶을 소진합니다. 오로지 자신의 문제죠. 남의 문제를 들여다볼 겨를도, 그럴 여유도 없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기에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조금 확장해서 가족 문제를 해결해주는 가장들이 있을지라도 가족이란 ‘확대된 자아’로서 다른 사람의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교회 안의 문제도 같은 범주에 속합니다. 교회는 ‘확대된 가정’을 지향하므로 서로 돌아보아야 할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교회 울타리로 세상과 구분되므로 교회 안의 문제도 자아의 문제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교회를 돌보는 책임을 맡은 담임목회자로서 자신과 가정보다 교회를 위한 기도를 주로 한다는 사실로 자랑스러워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목회자라면 자신을 위한 기도일 뿐입니다. ‘먼저는 믿는 자들에게’라는 성경의 가르침 덕에 우선성을 확보한다고 해도 거기에만 머무르면 안되는 것입니다.
가정 밖에서, 교회 밖에서 우리는 비로소 남의 문제를 만나게 됩니다. 남의 문제이면서도 우리의 문제이기도 한 특수성이 있는 문제가 바로 북한 문제입니다. 아까 말한 논리대로라면 나라와 민족도 결국 ‘확대된 자아’요 그래서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에 관한 소망 역시 자아의 울타리라는 범주를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만 여전히 북한은 우리들에게 타자로 분단돼 있고 이질감이 워낙 커서 같은 민족이라는 울타리를 뛰쳐나간지 오래되어서 북한은 성경의 개념대로 하면 분명히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금주에 제 자신이 우리의 ‘이웃’에 대하여 얼마나 무지했고 무관심했는지, 그리고 이웃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한 한 교회의 예를 들여다보면서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뼈아프게 돌아보게 만든 한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를 오랫동안 담임하면서 북한을 150번 방문해서 실제적으로 북한을 도운 임현수목사님의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라는 책입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임목사님은 억울하게 구금되고 부당한 재판을 받고 종신노동형을 선고받고서 무려 949일을 독방에서 지내고 낮에는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메스컴에서 한때 크게 보도되어 익숙한 사실인 줄 압니다만 그보다 제게 크나큰 충격은 한 지역교회가 북한을 도와준 규모와 상세한 실질적인 도움 목록입니다. 1996년 제1차 방문을 시작으로 2010년 3월 1일까지 큰빛교회가 북한을 어떻게 도왔는가를 정리한 목록 중 큰 카테고리는 ‘식량 지원’, ‘학교 지원’, ‘병원 지원’, ‘고아원 지원’, ‘양로원 지원’, 특수 지원 프로젝트‘, ’교육사업‘(영어 및 컴퓨터 교육) 등 7개 영역입니다. 이러한 카테고리 아래에 구체적인 지원 사업이 정리돼 있는데 예를 들어 국수 공장 설립 및 운영, 옥수수 농장 설립, 북한 전역에 젖염소 보내기 운동, 빵공장 밀가루 지원 등 식량난 타개를 위한 지원뿐 아니라 학교 기숙사 이불 지원, 학교 지붕 교체, 학교 컴퓨터 기증, 병원 설립, 안경 40만개 지원, 세계수학올림피아드 참가 후원, 블루베리 농장 설립, 비료공장 설립, 대형 공중목욕탕 설립, 월드컵 축구팀 및 빙상대표팀 전지훈련 지원, 중국 어선으로 씨가 말린 동해 살리기 프로젝트 등 크고 작은 지원이 ‘이게 실화인가?’ 눈을 의심케 하는 지원이 참으로 많았고 규모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이들이 북한을 돕고 있는 동안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는 자책이 밀려왔습니다.
북한 문제뿐이겠습니까. 오로지 자신 안에 갇혀 자기 문제 해결에 급급한 채 살아가는 여느 인생들에게는 뭐든지 ‘남의 문제’일 뿐이겠죠. 어떤 문제로 인해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을 확정해보았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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