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제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중학교 때는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물리를 좋아해서 물리학자가 꿈이었습니다. 물리학자가 되려고 물리학과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가려는 대학의 물리학과의 커트라인이 높아서 대신 수학과를 썼습니다. 보기 좋게 떨어져 재수하고는 이후에 서울에 올라가서 재수생활에 돌입했습니다. 재수 기간이 끝나고 대학교를 지원하려고 졸업한 고등학교에 와서 상담을 받았는데 성적이 꽤 올라서 그 점수에 맞게 당시 인기가 있었던 공대 전기전자공학 전공으로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왜 물리학을 버렸냐면 물리학과만 단독으로 뽑지 않고 자연대가 통합으로 뽑고 학부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게 되는 체제로 바뀌어서 공대로 방향을 튼 것이었습니다.
공과대학 학생으로서 저는 자질도 열정도 실험의 재주도 소위 공대생에게 필요한 ‘엔지니어링 센스’도 없었습니다. 대학시절 인문학에 관심이 생겨서 철학과, 종교학과, 미학과 등의 전공수업을 공대생으로 수강했고, 어느 때부터 언론에 관심이 많아져서 언론정보학과에서 개설한 과목도 수강했습니다. 공대 전공 필수 과목은 졸업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만 듣고 여러 과의 공부를 탐색했습니다. 전공 공부를 덜하게 되니까 남는 시간에는 도서관에 자주 가서 신학책을 탐독하게 되었고, 목회자 자녀로서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지만 늘 마음에 남아있던 ‘나도 언젠간 신학을 공부할거야’는 마음이 조금씩 커져갔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때 언론사 기자를 꿈꿔서 시도도 해보았지만 좌절을 경험하고 아버지의 권유를 받고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신학자가 되려는 포부를 가지고 입학했던 신대원에서 오히려 목회의 역동성을 발견하고 목회자로 방향을 선회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모범적으로 다녔고 하나님께 기도도 종종 했던 제가 정작 제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는 기도하면서 선택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붙들고 돌아가지 않고 우회하지 않고 더 빨리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요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손길의 역사가 배후에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고뇌 끝에 선택이었다고는 하나 제 신앙 안에서 하나님은 물러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뇌의 과정을 기도와 함께 했다면 하는 아쉬움입니다.
최근에 문재인대통령이 고뇌를 많이 하였다고 합니다. 조국씨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고뇌였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의 언론사 인터뷰에 의하면 발표날 당일까지 청와대 핵심 측근들도 알지 못했고, 임명할 경우의 발표문과 지명 철회할 경우의 발표문 두 가지를 모두 준비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고뇌 끝 선택은 임명이었습니다. 고뇌의 결과가 긍정적일지 아니면 부정적일지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살면서 고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고뇌 끝에 악수’라고 오래 고민하고 여러 가지 경우를 검토하고서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 되어서 두고두고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때가 많은 게 우리 인생입니다. 선택을 위한 고뇌의 때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기도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충분히 기도하고서 결정하십시오. 그러면 ‘고뇌 끝 악수’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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