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이 깊은 사람의 설교를 듣거나 만나서 대화하면 영혼의 정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영적으로 감화를 입기 때문이죠.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김회권교수가 설교에서 자신이 장로회신학대학원 학생일 때 사경회 때 강사로 오신 목사님을 회상했습니다. 통합측 무명의 목사님이셨는데 70대 정도의 나이에 짧은 머리의 수도사 같은 목사님이었습니다. 포천 은성수도원의 엄두섭목사님입니다. 이분은 원래 중형 규모 교회의 담임목사였는데 급진적인 십자가의 도에 관한 설교를 집중적으로 하자 교인들이 급격히 줄었고 교회와 협의하여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고 멀리 포천에 수도원을 세워 거기서 수도생활에 전념했습니다. 신학생들은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교회를 질책하고 신학생들의 나태와 안일을 책망하는 사자후 설교에 무릎을 꿇었고 거룩한 하나님의 임재 앞에 서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분은 저녁7시에 잠자리에 들어 자정에 일어나 기도하고 성경 읽는 수도생활을 매일 반복했습니다. 죄악된 세상을 멀리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그의 설교는 성경이 균형 있게 강조하는 창조세계의 아름다음과 삶을 긍정하는 태도에 반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설교를 듣고 있노라면 거룩한 하나님의 현현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김회권교수는 신대원 재학시절 명절이 되면 은성수도원에 가서 금식기도를 하며 그의 설교를 듣고 영적 감화를 입었습니다.
신학대학원은 새학기를 2박3일 개강수련회로 시작합니다. 총신 신대원 3년 동안 많은 분들이 강사로 왔습니다. 우리 교단에서 목회도 잘하고 설교도 잘하고 영향력 있는 목사님들이 주로 초청됩니다. ‘감자탕교회’로 알려진 광염교회 조현삼목사, 분당우리교회 이찬수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목사, 대구동부교회 김서택목사 등이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목회스타일도 다르고 설교의 톤도 달랐습니다. 조현삼목사님은 원고 없이 성경책만 가지고 강단에 올라 설교를 1시간 가량 막힘없이 하셨고 은혜가 넘쳤습니다. 총신 신대원 역사상 강팍한 신학생들의 심령에 이토록 은혜를 끼친 분이 또 어디에 있을까는 찬사를 받았고 강팍한 심령들에 치유가 일어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분은 화해자요 치유자요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의 통로였습니다. 이찬수목사님은 설교도 은혜로웠지만 설교 후 찬양을 직접 선곡해서 부를 때 정말로 은혜가 넘쳤습니다. 후배 신학생들을 향한 진정성 있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당시 분당우리교회를 개척한 지 얼마 안되었지만 괜히 교회가 기적처럼 부흥하는 게 아님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사랑의교회에 부임한지 얼마 안되었던 오정현목사는 우선 핸섬했습니다. 들리는 언어를 위한 조어에 능했고 뭔가 비전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설교보다는 기도회를 인도할 때 뜨거운 영성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민목회를 하다 고국으로 돌아와서 그런지 조국에 대한 강조가 많았습니다. 대구동부교회 김서택목사님의 설교는 매우 이성적이었고 논리적이었습니다. 그는 굳이 차디찬 신학생들의 마음을 녹이려고 하지 않았고 준비된 설교를 깔끔하게 설교할 뿐이었습니다. 내용은 군더더기 없이 훌륭했고 신학생들의 강팍한 한기를 느끼면서도 꿋꿋이 설교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이것이 제 기억에 남아있는 개강수련회 메인 강사에 관한 단상입니다. 네 분 다 우리 교단을 대표할만한 목회자들입니다. 지금까지 개 교회에서 목회를 잘하고 계십니다. 이들의 영성의 색깔은 다 달랐고 주관적으로 제 자신이 느끼기에 영적 감화력도 정도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목회자가 교인에게 영적 감화력을 입혀주어야 하듯이 교인들은 세상에서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적 감화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 앞에 서면 마치 하나님이 계신 것 같은 영적 감화력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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