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고, 이제 자라나는 자녀를 둔 입장에서 자녀들에게 특별한 기대란 없습니다. 잘 자라나서 자신의 앞가름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만 하면 성공이라는 생각뿐입니다. 자녀를 잘 키워서 노년에 무슨 영화를 볼 기대 자체를 안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헤쳐나가야 할 세상은 우리가 그랬던 것보다 더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그저 건강하고 정서적으로도 건전하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 줄 알고 자신의 소질을 알고 계발하여 신앙 안에서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랄뿐입니다. 드라마 ‘sky 캐슬’이 보여준 세계와는 의도적으로 동떨어진 세계를 구축해놓고 자녀를 기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세대 격차는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가끔 자녀들에게서 이해가 안되는 행동을 불쑥 만나게 되면 진짜 이해가 안됩니다. 요즘 또래 대부분의 정서를 공유하는 행동이어도 이해가 안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제 동년배들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아이들이 우리에게는 아무런 자극도 되지 않는 것들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제 자신이 어렸을 때 부모님이 그렇게 생각했겠구나’ 하는 뒤늦은 깨우침으로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한동안 맛집을 좋아하고 탐하던 시절이 지나서 이제는 자연이 점점 좋아지고 한때 유머 감각 좀 있었다는 과거를 회상하며 ‘나 아직 죽지 않았군’ 하며 당당하게 꺼내들은 히든 카드와도 같은 유머에 자녀들이 ‘아재 개그’라며 일축해버릴 때 왜 그게 웃기지 않는지 이해가 안될 때가 많습니다. 지들끼리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보며 키득거릴 때 어떤 연예인이 멋있다며 바탕 화면에 띄워놓았을 때 ‘그래서 어쩠다는 거지?’, ‘뭐 이런 애가 잘생겼다고 그러는 거지?’ 스스로 중얼거릴뿐 자녀들은 ‘아빤 원래 저래!’라는 심쿵한 표정으로 쳐다보지도 않고 스마트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여느 자녀들입니다.
가끔 차를 운전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예전 노래의 트로트 가락을 어느새 따라 부르다가 놀랄 때도 있습니다. 정말로 예전에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던 가락이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뭐 방탄소년단인지 방탄조낀지 하는, 떼로 나와서 노래 부르는 애들 노래는 왜 이리 각광을 받는 것인지... ‘거기에 인생이 담겼을까?’, 그들 나름의 인생일 터인데도 말입니다.
40대 제 또래와 노년 세대와의 격차도 상당합니다. 젊은이들의 고단함만을 주로 이야기하는 추세라지만 노년들의 고단함도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노년의 분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늦은 나이에 은퇴하지만 노년 세대, 65세 이상의 빈곤율은 45.7%로 36개국 가운데 압도적 1위입니다. 평균적으로 손에서 일을 완전히 놓는 시기는 남성이 72.9세, 여성이 73.1세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늦게까지 일하면서도 노년층 빈곤자는 대략 2명 중 1명의 비율입니다. 노년 빈곤율이 OECD 국가 평균이 13.5%고, 2위인 에스토니아가 35.7%인데 반해서 우리나라 노년 빈곤율은 두드러지게 매우 높습니다. 한국사회의 어르신들 상당수가 젊어서는 자녀를 기르고 교육하는 등 가족 부양으로 돈을 모을 겨를도 없어서 노년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고, 일자리도 대부분 소득이 높지 않은 단순한 것들 뿐이어서 노후 소득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 2019.5.8.) 세대 격차가 소통 부재로 인한 단순한 세대 차이만이 아니라 디지털 격차와 경제적 격차로 차이가 더욱 커져가는 현실입니다. 경로사상은 옛말이고 혐로(노인 혐오)가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말씀합니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 16: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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